전체 글6 [강재인] 포식자 그는 시선을 부릅뜬 채 핏발 선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경련하는 손을 들어 그녀의 웃는 낯에 뻗었다. 입을 움직여 무어라 말을 뱉으려하지만, 강재인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죽어가는 동물의 신음 소리. 하이에나에게 목을 물어뜯긴 늙은 사자. 그런 짐승의 말을 이젠 포식자의 정점에 올라선 강재인이 알아들을 리 없었다. 강재인은 흘러내리는 머리를 갈무리해 고개를 숙였다. 밝은 머리칼이 그녀의 어깨를 따라 흘러내렸다. 나긋한 음성이 귓바퀴로 흘러들었다. “... 편히 눈 감으세요. 당신이 악착같이 긁어모으려 했던 돈도, 손에 구정물 담궈가며 쌓아올린 명예도요. 이제 모두 이승의 것에 지나지 않는답니다.” 하지만 걱정은 마세요. 저승 가시는 길, 무사히 도착하시라고 노잣돈 정도는 남겨 둘 테니까요. 비소섞인 언.. 2019. 10. 29. [정재+누아] 회색역을 표류하는 자들 - 회색도시2 시점 이후, 날조와 설정 짜집기가 다분합니다. - 약간의 유혈 묘사가 있습니다. 정은창은 몸을 비틀다 벌떡 일어났다. 반사적으로 일으킨 몸에 낡은 침대가 괴음을 냈다. 적막한 방 안에서 거친 숨이 터져 나왔다. 가슴을 쥔 손이 가쁘게 오르내렸다.“.......” 찬 피부를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더듬었다. 움푹한 양 뺨에 미끈한 체액이 묻어났다. 정은창은 어둠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을 더듬어 갔다. 침대 옆에 놓인 쓰레기 봉지 두어 개와 머리맡 재떨이의 흐릿한 윤곽이 비쳤다. 시퍼런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수많은 시선도, 사지를 잡아 붙들던 손도, 자신을 부르던 목소리도, 모두 사라져 있었다. 그는 이불 끝자락을 잡아당겨 얼굴에 맺힌 땀을 닦아내었다. 가쁜 숨이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그는 얼.. 2019. 10. 23. 이전 1 2 다음